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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2-24 16:48
전남 유일 통합진보당 소속 도의원의 착잡한 하루
 글쓴이 : 전농
조회 : 1,80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064862 [410]
강한 바람과 함께 폭설이 내리던 지난 16일. 그녀는 평소보다 서둘러 전남 영광군에서 목포를 향해 차를 몰았다. 이름 뒤에 '의원님'이라는 다소 어색한 호칭이 붙은 지 6개월 만에 주관한 첫 행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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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오미화 전남도의원은 헌법재판소의 통진당해산 결정 이틑 전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조례' 토론회를 열었다.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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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화 전남도의원(비례·47 )은 전남도의회 도의원 가운데 유일한 통합진보당 소속이다. 전국적으로도 단 3명에 불과한 광역의원 중 한 명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전국여성농민회 총연합과 함께 준비해 온 '주요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지원조례' 토론회가 이날 열린다.

전국 기초지자체 중에는 비슷한 조례가 있지만, 광역지자체 차원의 농산물 최저가격 지원 조례제정은 전국에서 처음이다. 또한, 이 조례가 제정되면 지난 2012년 7월 제정된 '벼 재배농가 경영안정자금 지원조례'에 이어 주민발의 조례로는 두 번째다. 오 의원은 실무진과 토론회를 점검하고 행사장에 미리 나가 이것저것 챙겨보지만, 불안한 마음은 가라앉지 않았다.

하필이면 대설주의보가 내려질 정도로 한파가 몰아치는 탓에 행사장이 날씨만큼이나 썰렁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초조해져 이리저리 전화를 돌려보기도 했다. 행사 시간인 오후 2시가 가까워져 오자 전남도청 옆 전남여성플라자에는 그동안 농민운동을 하며 낯익은 얼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더니 빈 의자를 가득 채웠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하도록 애써 준 전남도의회 강성휘 기획사회위원장과 명현관 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도의원들도 10명 가까이 참석했다. 전남도의 농업정책 담당 공무원들도 다수 토론회를 찾았다. 토론회를 주관한 도의원으로서 인사말을 할 차례가 되었다. 긴장감에 떨리기도 했지만, 뿌듯함이 밀려왔다.

"전국 9개 도 가운데 전남은 농가인구 비중이 19.5%(37만명, 전국285만명)로 전국 1위입니다. 농도 전남에서부터 성공적으로 조례를 시행하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이 관심을 두고 참여해주셔서 너무 감사 드립니다."

최저가격 보장조례는 주요 농산물의 최저가격 결정에 농민이 직접 참여하고, 최저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전남도가 그 차액을 면적에 비례해서 보전해 주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개 조항으로 돼 있는 청구된 조례안의 주요 내용은 매년 500억 원씩 10년간 5천억 원의 농산물 가격안정기금을 조성해 배추 등 13개 품목의 도매시장 가격이 일정 기간 최저가격 이하로 형성될 경우 최저가격과의 차액을 지원토록 하고 있다. 20개 품목은 4대 곡물(보리, 밀, 콩, 옥수수), 7대 채소(배추, 무, 마늘, 양파, 고추, 대파, 당근), 2대 과일(사과, 배)이다.

적지 않은 예산이 들어갈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낙연 전남도지사는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과 면담하고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화답했다. 이날 토론회에 애착을 갖는 이유는 그녀 자신이 농민의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농민운동가로서 활동했고 농민대표로 도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죠."

농산물 최저가 보장 조례제정 위해 동분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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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가 정당해산 결정을 내린 통합진보당 소속의 오미화 전남도의원이 전남도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영주



오 의원은 농민으로 살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을 서울태생이다. 대학교 재학 시절 농촌활동을 갔다가 처음 농업과 농민운동을 경험했다. 대학 졸업 이듬해 영광군 농민회 간사로 농민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20대 중반의 젊은 서울 여자는 아무런 연고도 없던 영광에 정착했다. 20여 년 동안 농민회 활동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의 갖가지 활동에 참여 하던 중 올해 6월 통합진보당 전남도의회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대학 다닐 때 농촌봉사활동도 보성으로 갔어요. 그러고 보니 영광에 정착하고 지금까지 사는 모든 게 인연이었나 싶어요."

이날 토론회가 마련되기까지 오 의원은 통합진보당 전남도당 '농산물 최저가 보장 조례제정추진본부' 본부장을 맡아 농민단체와 함께 지난 2월부터 조례를 주민 발의하기 위해 청구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청구인 서명용지를 대량 폐기처분 하는 일도 생겼다. 지난 9월에는 6개월에 걸쳐 도민 1만8516명이 서명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지원조례안이 전남도에 접수했다.

"한 해 걸러 농산물을 갈아엎는 농민들에게 최저가격 보장조례는 절박합니다. 이 절박한 농민들의 요구로 시작된 주민발의운동이 시작되었고, 그 열망이 이제 결실을 맺으려 하는 단계에 와 있습니다. 서명운동을 받는 도중에 주민등록법이 바뀌어 주민들이 왜 주민등록 번호 뒷자리까지 요구하느냐고 거부하는 일도 많았고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들어간 청구인 명부를 폐기하는 등 어려움을 많이 겪었어요."

"난 원래 농민운동가... 마지막까지 조례 제정에 힘 쏟겠다"

하지만 더 큰 난관은 토론회 이틀 뒤에 찾아왔다. 19일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이 바로 그것이다. 오 의원은 이날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판결에 맞춰 다른 당원들과 함께 상경했다. 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는 낮았고 착잡한 마음이 그대로 묻어났다.

"바로 어제 아침에도 조례 제정과 관련한 방송 인터뷰를 하고 왔습니다. 농민운동을 해왔고 농민 비례대표로 도의회에 입성해서 농민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었는데…. 헌재 결정 이후 광역의회 의원들도 바로 지위가 상실되는지, 된다면 앞으로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등 모든 게 아직 확실치가 않아서 아직까지 당혹스럽기만 해요."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따라 국회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하지만 광역의회 비례의원에 대한 결정은 하지 않았다. 비례대표 지방의원에 대한 지위상실 여부는 내주 초 열리는 중앙선관위 전체 회의에서 결정이 이뤄질 예정이다. 지금으로선 비례대표의 지위상실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오 의원이 6개월간  통합진보당 소속 도의원으로 한 역할도 끝나게 된다.

이제 그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정당의 마지막 도의원으로 기록될지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절박함으로 원래의 농민운동가로 돌아가 마지막까지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농산물 최저가격 지원조례는 농민들이 지속적인 농업을 하려는 방안입니다. 정부에 농산물 최저가 보장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고 중앙정부 정책이 없는 상태에서 지자체라도 시범적으로 시행하자는 것입니다. 농민들에게는 매우 절박한 정책입니다. 저도 농민의 절박함으로 시작했습니다. 저는 원래 농민운동가였습니다. 당이 해산되고 신분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계없이 조례가 제정되는 데 마지막까지 힘을 쏟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