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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3-07 16:21
[기고]농협법 개정, ‘개혁’이라는 현란한 포장의 착시 효과
 글쓴이 : 조선낫
조회 : 2,808  

최종업데이트2011-03-07 11:04:12

 
“농업인의 자주적인 협동조직을 바탕으로 농업인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고, 농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하여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며,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농업협동조합법 제1조에 명시된 이 법의 목적이다.

우리나라 법률은 대부분 가장 첫 조항에 그 법의 ‘목적’을 명시하고 있다. 그 목적이 어디에 있는가가 그 법을 제정하고 존재시키는 근본적인 이유가 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농협법 개정이 과연 그 목적에 맞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정부는 현 농협법 개정에 대해 수십년 숙원사업이었던 ‘농협 개혁’의 출발점이라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으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법의 목적과는 정 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농협법 개정이 일사천리로 추진되어 농림수산식품위원회를 통과하기에 이른 오늘, 농민단체들과 농협∙축협∙농협중앙회 노조들은 법안소위 의결과 상임위 의결을 반대하며 국회 농성을 했다. 그렇게 염원하던 농협 신경분리가 가시화되는 시점인데 말이다. 그리고, 농민들은 말한다. 이번 농협법 개정 그 어디에 ‘농민’이 존재하느냐고 말이다. 노동자들 또한 말한다. 이제 농협은 더 이상 ‘농민’ 이라는 부담스런 짐을 질 필요가 없으며, 그동안 협동조합이기에 본격적으로 하지 못했던 돈벌이 사업을 법이 적극적으로 장려하게 되었다고 말이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이번 농협법 개정안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데는 ‘신경분리’라는 타이틀과 ‘경제사업 활성화’ 라는 기치가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신경분리이고, ‘무엇을 위한’ 경제사업 활성화인가를 놓고 볼 때, 이번 개정안은 차라리 개악에 가깝다. ‘농민’을 위한 개정이 라기 보다, ‘효율성’을 위한 개정이기 때문이다. 효율성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수익을 얼마나 남기느냐 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농협중앙회가 신용사업 잘해서 돈 많이 남기고, 경제사업 잘해서 돈 많이 남기도록 하는 것이 이번 농협 개혁의 목적이 되어버린 셈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농민들과 학계가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연합회’ 체계를 거부하고, ‘지주회사’ 체제를 못박은 점에서 정부와 농협의 의도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연합회 방식은 회원조합과 조합원이 농협을 지배하는 진정한 협동조합적 방식이며, 지주회사 방식은 현행처럼 중앙조직이 회원조합과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농협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농협중앙회가 자본금을 출자하여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설립하고, 그 밑에 여러 개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형식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주회사 방식으로는 결코 조합원과 회원조합의 이익을 담보할 수 없다. 지주회사는 수익 창출을 위해 농민들을 상대로 더 많은 이윤을 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 ⓒ김철수


그동안 농업∙농촌∙농민은 피폐해져도 농협은 거대한 자산과 조직으로 몸집을 부풀려 올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농협이 농협의, 농협에 의한, 농협을 위한, 농협만의 조직으로 존재해 왔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농민을 위하는 조직이라고 말해 왔으나, 실제로는 농협만을 위해모든 사업을 진행해 왔던 것이다.

이런 모순을 개선하기 위하여 세계의 모든 협동조합이 교육∙회원조합 지원 등의 비사업적 기능과 운동체적 성격을 중심에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개정안에서는 농협의 운동체적 기능과 사업적 기능을 분리하지 않았다. 세계 유일의 특이한 농협의 기록을 계속 유지하게 된 것이다.

정부, 핵심은 하고 변죽만 자화자찬

정부와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농협이 경제사업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는 자화자찬에 불과하다. 농촌의 생산조직을 연합회로 조직화하고, 회원조합과 연합회 중심의 생산∙가공∙유통 질서를 펼쳐나가는, 농민의, 농민에 의한, 농민을 위한 농민의 농협을 만들자는 농민들의 열망을 저버린 개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작금의 농협법 논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은 제외한 채,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를 얼마나 강제해 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경제지주에 자본금 30% 우선 배분, 정부 지원 확보 등이 협의의 중심에 있었던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하겠다. 이런 상태로 농협중앙회 경제지주의 경제사업이 활성화된다면, 농협은 돈을 벌겠지만 회원조합과 농민은 더욱 힘들어질 뿐이다. 현 개정안으로 농협중앙회의 경제사업만 활성화된다면 이는 결국 지역조합, 생산자 조직의 여러 사업들과 경쟁적 관계를 가지게 됨으로써 실제로는 생산자 조직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의 농협중앙회 경제사업은 자기 고유의 역할과 존재 이유를 외면하고 포기하는 것이다. 진정한 경제사업 활성화는 연합회 방식으로 현장 농민생산조직들의 요구와 필요성에 의거한 경제사업을 펼쳐나가도록 할 때에만 가능하다. 회원조합이 농민 조합원들의 실질적인 유통∙가공∙생산∙지도 사업이라는 본래 역할을 제대로 해내려면, 농협중앙회 중심의 경제사업 활성화가 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다.

농협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도 큰 문제다. 고용승계를 법에 명시하자는 우리 당의 개정안은 정부의 불수용 입장으로 반영되지 못했다. 농협중앙회 노동자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합해서 약 2만5천명에 달한다. 신경분리 과정에서 대대적인 업무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인데,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를 보장할 수 없다면 이번 농협법 개정은 허울 좋은 명분으로 농민도 죽이고 노동자도 죽이는 개악에 다름아니다.

버섯이라고 다 먹는 버섯이 아니다. 잘못된 신경분리는 농협과 농민, 노동자 모두에게 독이 될 것이다. 아직 국회 본회의가 남았다. 더 늦기 전에 중앙회의 이익과 독점적 권력을 보장하기 위한 현재의 농협법 개정을 중단하고, 농협법의 존재 목적과 농민의 열망에 부합하는 진정한 농협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농해수위 찾은 농민들 농협법 개정 반대

4일 오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시민사회 단체가 농협법 개정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농해수위 찾은 농민들 농협법 개정 반대

4일 오전 국회 농림수산식품위 전체회의장 앞에서 시민사회 단체가 농협법 개정 반대 시위를 펼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