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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2-24 16:47
[한도숙 칼럼] 담뱃값 인상 배후의 참 나쁜 사람들
 글쓴이 : 전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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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담배의 나라였다. 선교사 아펜젤러가 1885년 4월 우리나라에 들어와 처음 본 모습 중에 어린 아이들이 곰방대를 물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고 한다. 물론 그때의 흡연은 횟배를 가라앉히는 진통제로 쓰였기에 남녀노소 구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타바코에서 서구제국주의 냄새를 씻고나니 담방구가 되었고, 현대적 권련으로 되면서 담배가 되었다.

1960~70년대 농촌은 논에는 벼, 밭에는 담배였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담배는 환금성 작물의 최고봉이었다. 농촌진흥청의 기술지도와 전매청의 수출시장 개척으로 우수한 황엽초가 수출돼 농민들의 재배의욕이 높았다. 많은 농가가 담배농사로 자식들을 가르치고 먹여 살렸다. 그러던 것이 농산물 개방이 시작 되는 1980년대 들어 외국산 값싼 엽연초 때문에 담배농사는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담배를 심던 지역이 고추농사로 돌아섰다. 그 여파로 고추값 파동을 겪어야 했다. 그것이 농민운동을 대대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제 담배농사는 일부에서만 근근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담배는 전매청이 독점판매 하다가 지금은 담배인삼공사로 이관됐다. 그렇다하더라도 담배에 붙는 세금은 여전하다. 국가의 주요세원이다. 다시 한 갑당 3천3백원이나 된다 하니 애연가들은 틀림없는 봉이다. 잡세가 사람을 잡는데도 큰소리 칠 수도, 저항할 수도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내년부터 담뱃값이 갑당 2천원씩 오른다.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커지게 늘어나게 됐다.
내년부터 담뱃값이 갑당 2천원씩 오른다. 서민들의 부담이 더 커지게 늘어나게 됐다.ⓒ김철수 기자

수입산 엽연초에 몰락한 담배농사

1680년 5월 20일, 윤휴에게 사약이 내려졌다. 그는 유언장을 쓰기위해 금부도사에게 지필묵을 요구했다. 그러나 금부도사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유언장 쓰는 것이 거부당하자 그는 소주를 달라고 요청했다. 거구인지라 사약의 효과가 늦게 날것을 우려한 것이다. 그는 소주를 마시고 사약을 들이켰다. 그가 죽은 후 조선은 침묵의 제국이 되었다. 불편한 진실을 말하지 못하도록 구조화 됐다.

윤휴는 송시열 최대의 맞수였다. 명분만을 숭상하는 주자학을 비판하고 집권연장을 위해 주장되는 북벌을 비판했다. 오늘날 반북을 집권연장에 이용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특히 신분제의 혁신을 주장한 것이 명을 재촉하는 화근이 되었다. 호패법, 호포법 등을 주장했다. 호패법은 형식의 문제지만 민본사상을 담고 있어 양반들의 반발을 불렀다. 호패는 15세 이상이면 누구나 차는 것인데 호패의 재질이 달랐다. 평민들은 나무조각이나 가죽이지만 돈과 권력을 지닌자들은 상아나 뿔로 장식품처럼 만들었다. 그런 것을 호패는 누구나 종이로 만들어 차자고 했으니 양반들로부터 미친놈 소릴 들었을 게다.

호포법은 실제 경제권의 평등문제였다. 그간 양반들은 군포(병역세)를 납부하지 않았으나 모든 가호가 동등하게 군포를 납부하자고 주장했으니 양반사대부들의 격렬한 반대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었다. 이로 인해 윤휴는 사문난적이 되고 목숨까지 버리게 됐다. 결론은 양반 사대부들에게 세금을 먹이자는 정책(부자증세)이었고 이를 통해 민본사상을 실천하자는 것이었다. 변해가는 세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애오로지 성리학의 명분을 놓지 않고 기득권을 지키려 불편한 진실은 숨겨두어야 했다. 비판의 말은 곧 사약으로 돌아왔다.

그것과는 반대로 군역의 부담을 줄인다며 영조대에는 균역법을 실시한다. 이는 군포를 한필로 감해서 거두는 것이다. 양반들이 군포를 내지 않는 상태에서 감필은 국가재정의 파탄을 가져 올 수밖에 없다. 증세 없는 복지 개념과 닮아있다. 그러니 지방관들은 갖가지 잡세를 만들어 상위권력자에게 아부하게 된다. 결국 이는 조세제도를 흔들고 백골징포에 이르게 된다. 조선은 이로써 민중항쟁의 시기로 빠져들었다. 불편한 진실이 어둠속에서 뛰쳐나오지 못하게 한 대가는 엄청났다.

참 나쁜 사람들, 참 나쁜 정부

담뱃값 인상이 꼼수라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혹시 어려운 농민을 위해 담뱃세를 쓰려는가 했는데 그건 아니다. 사실 한국농촌의 1차구조조정은 엽연초 수입으로 시작 되었다. 경쟁력이 부족한 농가는 퇴출되고 살아남은 농민들은 다른 작물을 찻아나섰다. 고추농사로 대부분 바뀌었다. 그리고 “보리농사 망하고 고추농사 조지고”가 됐다. 그러니 담뱃세 인상분이 농촌에 반영돼야 하는데 한 푼도 없다.

명분으로야 국민건강을 위해서라지만 더 위험한 각종 배기가스나 오폐수를 줄이는 정책은 없다. 또 담뱃값을 얼마나 인상하면 세금이 최대인지 연구해서 9조원의 최고치를 찍은 2000원 인상을 결정했다니 가소롭다. 정작 담배갑에 넣어야 하는 혐오적 사진들은 넣지 않기로 했다는 것은 담배 계속 피워 세금 확보에 차질 없게 하란 말과 다르지 않다.

자본기업에겐 20조원의 세금을 줄여줬다. 그렇다고 그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렸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어떻게 하면 비정규직 일자리 만들어 인건비를 줄일까 고민하고 있을 뿐이다. 부자감세를 해주면서도 각종 간접세를 올려 세수확보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숟가락을 뺏고 애연가들을 봉으로 삼았다.

아, 물론 담배가 건강에 해로운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담배를 처음 피우던 광해군 시절 애연가 장유에 의하면 “필경 이 물건이 열이 있으니 폐를 상하게 할 터”라고 경고 했다. 담배가 해로운 건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애연가들의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정책을 펴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정책이 중요하다. 국민들이 자신의 몸을 중히 여기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주머니가 비었으니 살맛이 나겠는가. 그깟 어정쩡한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를 끊겠는가. 오히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부자감세를 돌려막는다는 생각만 들게 할 뿐이다. 이런 정부, 참 나쁜 정부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로 열린 '기초농산물 수매제 실현·한중 FTA 저지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이 속상한 듯 담배를 피우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주최로 열린 '기초농산물 수매제 실현·한중 FTA 저지 전국농민대회'에 참가한 농민이 속상한 듯 담배를 피우고 있다.ⓒ이승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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