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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1-19 11:42
141114 기사] - [농수산물 개방 20년, 우리 식탁 어떻게 바뀌었나]농민 떠나고 농지 사라져… 이러다 ‘우리 쌀’ 없어 못 먹을 수도
 글쓴이 : 전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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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개방 20년, 우리 식탁 어떻게 바뀌었나]농민 떠나고 농지 사라져… 이러다 ‘우리 쌀’ 없어 못 먹을 수도

당진 |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입력 : 2014-11-14 22:32:28수정 : 2014-11-14 22:49:21

ㆍ(2) 쌀 농사의 ‘위기’… 논 갈아엎은 조재형씨

▲ “개방 안 한다” 공약 공염불… 대농 육성·보조금 정책 실패
농민 수 10년 만에 반으로

“국가가 쌀 농업 포기하면 필리핀처럼 수입국 될 수도”

쌀시장 개방에 항의하기 위해 두 달 전 논을 갈아엎은 조재형씨가 지난 7일 충남 당진시 원당리 논을 찾아 살아남은 벼 이삭을 만지고 있다. 잘린 벼 밑동에서 움이 나고 땅에 떨어진 볍씨에서 싹이 새로 돋아났다. 당진 | 강윤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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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충남 당진시 당산리 평야. 김기남씨(50)가 콤바인을 몰며 늦은 벼베기를 하고 있었다. 콤바인이 논의 가장자리를 따라 돌며 벼 밑동을 잘라냈다.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논 구석에 세워진 저장 탱크 안에 누런 벼가 쌓였다. 지켜보던 친구 조재형씨(50)가 “쌀이 아주 알차게 여물었네”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김씨는 조씨를 볼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지난 9월 정부가 내년 쌀시장 개방을 선언하자 마을 농민회장인 김씨는 자신의 논 일부를 갈아엎기로 했다. 벼를 늦게 심은 탓에 아직 이삭도 패지 않았다. 그런데 조씨가 “잘 자란 벼를 엎어야 농민들의 진정성을 보일 수 있지 않겠냐”며 조생종 벼가 심어진 자신의 논 2314㎡(700평)를 대신 갈아엎었다.

차로 5분 정도 떨어진 원당리에는 조씨가 갈아엎어 버린 논이 있다. 아픈 마음에 일부러 찾지 않은 논이 파릇했다. 논으로 뛰어든 조씨는 “세상에 이것 좀 봐요. 벼의 생명력이라는 게 대단하지 않아요? 엎었던 자리에 다시 싹이 났네”라며 애틋해했다. 갈아엎을 때 떨어진 볍씨들이 싹을 틔운 것이다. 조씨에게 원당리 논은 가장 ‘귀한 논’이다. 그는 지주로부터 논을 빌려 쌀농사 13만2231㎡(4만평)를 짓고 있다. 그중 원당리 논은 수년간 연구해온 자연농법으로 지어왔다.

조씨는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수입쌀에 높은 관세율을 매겨 국산쌀을 보호하겠다고 했지만 나중에 도하개발아젠다(DDA)라도 타결되면 관세율이 반으로 줄어든다. 자유무역협정(FTA),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해도 수입쌀 관세율 안 내릴 거라는 장관 말을 어떻게 믿겠냐”면서 “아예 법으로 관세율을 못박아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 때도 쌀시장 개방 막겠다고 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DDA란 농산물 시장 개방이 시작된 우루과이라운드(UR)에 이은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들의 회의로 현재 10년째 진행 중이다. 정부는 쌀 관세율을 낮추지 않겠다고 발표했지만 DDA가 타결돼 한국이 ‘선진국’ 지위를 받게 되면 한국은 쌀 관세율을 대폭 낮춰야 한다.


■ 실패한 대농 육성·보조금 정책

농민들의 정부 불신은 1993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쌀 수입을 막겠다던 김영삼 대통령은 UR 협상이 타결되자 국민 앞에 사과했다. 이후 정부는 쌀시장 전면 개방을 10년간 두 차례 유예하는 대신, 수입쌀 일정량을 ‘의무수입물량(MMA)’이란 이름으로 매년 5% 관세를 매겨 들여왔다. 정부는 농어촌 구조 개선, 농가소득 증대 등의 대책을 약속했다.

정부는 농어촌 구조 개선이란 명목으로 ‘대농(전업농) 육성정책’을 폈다. 대농을 늘려 대규모 농사를 짓게 한다는 것이다. 소농들이 농촌을 떠나고 일부 농민들이 이들의 땅을 사거나 빌려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김씨와 조씨도 논 수만평에 쌀농사를 짓는 대농이 됐다. 하지만 대농들이 작은 논을 여러 개 빌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농사를 짓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졌다. 김씨도 당진 당산리 500평, 우두리 800평, 금암리 1500평 등 작은 논을 여러 개 빌려 농사를 짓는다. 대규모로 농사를 지으니 수천만원 하는 농기계를 살 수밖에 없어 논을 담보로 설정하고 기계 살 돈을 대출받는다. 김씨는 “대농 몇 명이 규모화를 해도 중국과 미국의 규모를 따라갈 수는 없다”며 “우리 농촌에는 소농과 대농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데 대농정책으론 농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농이 살아갈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시장 개방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변동직불보조금을 도입했다. 가격이 일정 가격(목표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그 차액만큼 농민에게 지급됐다. 하지만 목표가격 자체가 높지 않아 매년 농민들은 목표가격 인상 시위를 벌인다. 김씨는 “인건비, 비료대금, 농약비 등 쌀생산비는 다 올랐는데 변동 목표가격은 매년 그대로거나 올려도 찔끔 올리고 만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목표가격을 인상할 경우 쌀농사를 짓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쌀값이 폭락할 것을 우려한다.

■ 떠나는 농민, 사라지는 농지

1994년 이후 매년 서울 여의도 면적 55배의 농지(160.6㎢)가 사라지고 있다. 당진에도 경지정리로 만들어진 논 한복판에 축사가 생기기 시작했다. 조씨는 “당진에서는 농사를 포기한 소농이나 지주가 용도를 변경한 뒤 이를 기업형 축산농에 넘기면 대규모 양계장 등을 짓는 식으로 농지가 전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쌀농사 외에 다른 농업으로 농가소득을 높이도록 하겠다’는 정책을 펴면서 수년간에 걸쳐 농지 규제가 풀렸다.

농민 수도 격감했다. 1994년 516만명에서 지난해 284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지난 10일 ‘실질적 타결’이 선언된 한·중 FTA에서 중국산 쌀은 FTA 협상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WTO 체제하에서의 쌀시장 개방이 목전에 다가온 게 현실이다. 조씨는 “필리핀은 한때 쌀 수출국가였다가 정부가 쌀을 포기하는 바람에 결국 수입국으로 전락했다. 우리도 언젠가 그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몸서리가 쳐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