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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4-10-17 11:33
주곡의 자급은 자립의 마지노선
 글쓴이 : 전농
조회 : 1,518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659748.html [319]

주곡의 자급은 자립의 마지노선

등록 : 2014.10.14 19:46수정 : 2014.10.14 19:46


윤형근의 모심과 살림

외부의 압력이 가시화되지도 않았는데, 정부가 앞장서 관세화로 가닥을 잡았다. 칠레, 미국, 유럽연합, 캐나다, 중국 등 닥치는 대로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 쌀 시장 개방은 당연한 귀결이다.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자동차를 마음대로 내다팔 수 있는 협상의 유혹, 눈앞의 열매는 달다. 식량이야 휴대폰 팔아서 사다 먹으면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의 달콤함에 가려진 잠재적 위험을 우려한다. 20%대 낮은 식량자급률의 마지막 버팀목인 쌀마저 개방되면 우리는 식량을 세계시장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국제적 식량가격을 좌지우지하는 몇몇 다국적 곡물기업들한테 우리의 생명 줄을 맡기는 셈이다. 지금도 지구화된 식탁이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데, 전면 개방의 미래는 어떨까? 혹여 세계적인 흉작으로 곡물가가 급등한다면, 자동차와 휴대폰이 더 이상 우리를 먹여 살릴 수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세계시장에 대한 일방적인 의존이 어떤 파국을 가져오는지, 우리는 이미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 경험했다. 국가경제의 파탄은 서민들의 삶으로 전가되었다. 수입의 유일한 통로였던 직장에서 가장이 명퇴 당한 가족들의 파멸은 전율스러운 것이었다. 세계 금융시장에 발목 잡힌 국가에서 돈에만 의존하는 가정경제에 내일은 없었다.


전 지구적 시장 시스템에 대한 의존이 식량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1990년대 중반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성립과 함께 세계화 논리가 수입되면서 지역경제가 서서히 세계시장에 흡수되었다. 부산의 피혁과 신발, 대구의 섬유, 전북의 보석 등 지역의 생산 기반들이 하나씩 무너졌다. 많은 곳이 폐업을 택했고, 그마나 나은 곳은 중국으로, 동남아로 공장을 옮겼다. 생산 기반이 붕괴되니 지역에는 대기업의 하청, 비정규직처럼 신통치 않은 일자리만 남았다. 지역은행인 저축은행의 부실은 지역경제에 대한 중앙은행의 지배를 가속시켰다. 대기업 집중, 수도권 집중은 더욱 심화되었다. 지역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생산하고 소비해도 거기서 생겨나는 수익은 중앙의 블랙홀로 빨려 들어갔다. 게다가 자유무역협정은 부의 이전을 세계화시켰다. 바다 건너에 더 강력한 블랙홀이 도사리고 있었다.


사회적 경제는 지역민의 필요에 근거한다. 지역 사람들이 지역의 돈과 자원으로 생산을 하고 거기서 생산된 물품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사회적 경제 궁극의 목적이다. 돈에 대한 전적인 의존에서 벗어나 사람들 사이의 관계망을 통해 서로를 돌보는 경제, 지역의 상호의존을 바탕으로 세계 시스템으로부터의 자립을 지향한다.


식량 문제도 사회적 경제에서는 국가 차원의 보호만 주장하지 않는다. 지역생산과 지역소비의 로컬푸드, 마르쉐 같은 농민시장, 꾸러미 같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접 연대, 축분 자급을 위한 송아지 사주기 운동 등 자급의 실험을 하는 생협처럼 다차원의 대안 속에 전 지구적 시장 시스템으로부터의 자립이 가능하다고 여긴다.


세계화의 시대에 자급자족을 말하자는 게 아니다. 한 가정이든, 한 지역이든, 한 국가든 전 지구적 시장 시스템에 일방적으로 의존하지 않고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힘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적 경제를 바탕으로 한 지역의 자립에 시장 의존형 경제의 대안이 있다. 주곡의 자급은 자립의 마지노선이다.


윤형근 한살림성남용인생협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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