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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3-29 22:54
다 필요없다, 소를 다오! 구제역 피해 낙농인들 무기한 노숙농설 돌입 - <민중의 소리>펌
 글쓴이 : 전농
조회 : 5,138  


구제역 피해 젖소 농민들, 여의도에서 노숙농성 돌입

29일 600여 명 집회 개최, “살처분 젖소 피해보상 현실화하라”

고희철 기자 khc@vop.co.kr  입력 2011-03-29 18:45:28 / 수정 2011-03-29 20:29:57



29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구제역 피해 현실보상 촉구 전국 낙농인 결의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경기, 강원, 충남, 충북, 경북 등 전국의 젖소 농민 600여 명이 상경해 ‘구제역 살처분 보상 현실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연 후 무기한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29일 오전11시 전국에서 상경한 젖소 농민들은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구제역 피해 현실보상 촉구 전국 낙농인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농민들은 “정부가 책정한 살처분 젖소에 대한 보상은 실제 입은 피해에 턱없이 모자란다”며 “소를 마련해 목장을 재개할 수 있는 현실적인 보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참석한 농민들은 목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거나 ‘예방적 살처분’ 조치를 당해 젖소 전량을 매몰 처분한 구제역 피해 농민들이다. 이들은 “정부가 구제역 발생 초기 방역을 허술하게 하고 백신 대신 살처분을 고집해 피해가 커졌다”며 “정부를 믿고 하라는 대로 살처분한 만큼 약속대로 피해를 전액 보상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낙농업 특성 고려 안해 보상액 턱없이 모자라”

농민들에 따르면, 젖소는 한우나 돼지 등과 달라 우유를 짤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송아지를 들여와 어미소로 키워 새끼를 낳아야 비로소 착유를 할 수 있기 때문에 3~4년이 지나야 제대로 우유를 짤 수 있다. 

농민들은 이런 낙농업의 특성을 따지지 않고 농협이 정한 가축 시세를 기준으로 100% 보상해봐야 피해액의 1/3에도 못 미친다고 주장했다. 농민들은 ‘정부 예산이 부족하다’는 해명에 대해서도 “구제역 확산 책임의 상당 부분이 정부에 있는데 피해를 농민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항의했다.

김희동 비대위원장이 삭발을 하고 있다

김희동 비대위원장이 삭발을 하고 있다 ⓒ김철수

김희동(62) 전국구제역피해낙농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정부는 100% 보상이라고 하지만 90년대의 낡은 고시에 따라 실제 소 값의 1/3에도 못 미치는 돈이 보상금으로 책정돼 있다”며 “고시를 변경해 실제 소의 거래 값을 보상해줘야 젖소를 다시 마련해 목장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젖소 농민들의 유일한 요구는 목장 재개”라며 “농민들이 다시 낙농업에 매진해 질좋은 우유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정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한우 320두, 젖소 188두 등 500두를 살처분 매몰한 피해 농민이다.

파주에서 올라온 조경호(31)씨는 직접 써온 글을 눈물을 글썽이며 읽어 내려갔다. 조씨는 “목장을 하는 부모를 보며 나는 하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셔서 대학 전자공학과를 다니다말고 21세에 목장에 뛰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빚을 얻어 시설 투자를 하고 소를 늘리면서 10년 동안 목숨을 걸고 소를 키웠는데 64마리를 모두 살처분했다”고 말했다.

조씨는 “작년 12월 21일 구덩이를 파고 소를 묻을 때 같이 들어가 묻히고 싶었는데 3일 전에 돌을 지낸 아들 얼굴이 어른거렸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연천에서 길평목장을 하는 여성 농민 손명란(57)씨는 부부가 26년 동안 키워온 소 60마리를 잃었다. 1차 백신을 맞히고 17일 만에 구제역이 발병해 모두 매몰 처분했다. 손씨는 “젖소 키우는 사람들은 구제역에 걸리면 망한다는 걸 잘 안다”면서 “작년 11월 이후 하루에도 서너 번씩 소독을 하느라 소독약에 찌들어 살았다”고 털어놨다. 

손씨 부부는 올해 1월 13일 우사 바로 옆, 거실에서 내다보이는 앞뜰에 소를 묻었다. 손씨는 “추운 겨울에 고생하는 공무원들에게 밥과 따뜻한 차를 대접하느라 오가다보니 소들이 묻히는 것을 직접 봤다”며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이어 “가지급금(보상비의 50%)으로 두당 100만원을 받았다”며 “이런 보상액으로는 도저히 목장을 다시 열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삭발과 50배(拜), 노숙농성까지...농민들의 절규

경기도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올라온 젖소 농민들은 이날 집회에서 대표자 삭발과 전체 참가자 50배(拜), 희생된 가축에 대한 위령제 등을 진행하며 정부에 보상가 현실화를 거듭 촉구했다. 삭발과 절이 이어지는 동안 곳곳에서 농민들은 눈물을 흘리며 분노와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집회를 마친 농민들은 당초 천막농성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경찰이 천막 반입을 허용하지 않자 노숙농성에 들어갔다.

낙농업의 특성상 대외활동은 물론 외출조차 제대로 하지 않는 농민들이 상경 집회와 노숙농성을 하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절박하다는 반증이다. 처음으로 구제역 피해 농민들이 전개하는 집단적인 투쟁에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살처분한 소를 생각하며 눈물 흘리는 농민들

29일 오전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구제역 피해 현실보상 촉구 전국 낙농인 결의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자식 같은 소를 살처분한 아픔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철수

고희철 기자 khc@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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