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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1-02-25 09:45
"구제역 책임 회피하는 정부, 두고만 봐서는 안된다"
 글쓴이 : 전농
조회 : 3,103  


[인터뷰]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

정혜규 기자 jhk@vop.co.kr 입력 2011-02-24 02:38:32 / 수정 2011-02-24 13:39:37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양지웅 기자



구제역이 한국사회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300만 마리의 소 돼지가 살처분돼 축산업이 붕괴되고 있고 무차별 매몰로 침출수가 유출돼 심각한 환경 오염마저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은 아직 구제역 발생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조차 못하고 있다. 경북 안동에서 발병한 구제역이 홍콩, 러시아 등에서 발병한 바이러스와 99% 일치한다는 국제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와 달리 베트남을 여행한 축산업자가 구제역을 옮겼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22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만난 우희종(54)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발병 이후 촉각을 다투면서 확산을 차단해야 할 정부가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하면서 구제역이 크게 퍼졌다"며 "자신들의 실수를 감추기 위해 베트남에 여행 간 축산업자들에게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우 교수는 현재와 같은 무능력한 방역체계와 무책임한 정부 대책 등이 개선되지 않으면 인수 공통 전염병 창궐 등 더욱 심각한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구제역은 그나마 동물의 질병이라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진 않았다"며 "앞으로 방역체계 개선이 없다면 광우병처럼 사람과 동물에게 모두 고통을 주는 전염병이 발병할 경우 아무런 대처도 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그는 구제역 발병 및 확산 원인에 대한 정부 주장과 대책에 대해 "자신들의 잘못을 시민에게 떠넘기는 잔인한 행정"이라고 지적하고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양지웅 기자



-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국제식량농업기구의 분석 자료를 토대로 이번 구제역 바이러스는 홍콩, 러시아에서 발병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비슷하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는 베트남 여행을 간 축산업자 때문에 발병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누구 주장이 맞는 것인가?

"당연히 국제식량농업기구의 자료가 맞다. 국제식량농업기구는 최근에 발병한 바이러스 자료를 토대로 분석했기 때문에 정확할 수 밖에 없다. 국제기구에서는 이 자료를 토대로 안동에서 발병한 구제역 바이러스와 동북아에서 유행하는 바이러스가 비슷하다고 봤다.

하지만 정부는 이 자료를 무시했다. 국제식량기구 자료를 다 검토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베트남 여행으로 책임을 몰았다. 축산업자의 베트남 여행이 발병 원인이라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초동대처 미흡 등 겉으로 드러난 자신들의 잘못을 무고한 시민에게 떠넘기는 잔인한 행정이다. 청문회를 열어서라도 이 부분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 중앙정부가 책임을 회피하는 것을 두고 보기만 해서는 안된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양지웅 기자

- 구제역이 발병한 다른 나라에서도 해외여행을 발병의 주요 원인으로 보는 경우가 있나?

"지난해 일본에서 100년 만에 '중국형 구제역'이 발생했다. 하지만 일본은 유전자형이 중국형이지만 주변국을 의심하지 않고 발병 원인에 대해 확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에 일본 국립동물위생연구소를 방문해서 물어보니, 외국 여행객보다 소와 돼지를 밀집형으로 사육하는 것이 더 문제라고 하더라. 이런 것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태국 등 구제역이 발병한 다른 나라도 비슷하게 대처하는데, 유독 우리 정부만 여행객 문제라고 하거나 이주노동자, 수입한 사료 때문에 구제역이 발병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나라 공항에 가보면 검역을 한다고 야단법석이다. 최근 일본에 다녀왔는데, 일본 공항은 전혀 그렇지 않다. 미국도 동남아나 멕시코에서 전염병이 발생해도 그런 식으로 검역을 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질병 창궐에 대해 과학적 입장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여행객을 발병 원인으로 진단하면 책임소재에 대해서 결론 내리긴 쉽겠지만 앞으로 절대 방역을 하지 못한다. 국제식량농업기구는 지난해 11월 보고서에서 이번에 발생한 구제역이 강화도에서 발병한 바이러스와 유사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동안 강화도에서 방역이 잘 됐는지 차단은 잘 됐는지를 살펴봐야 하는 게 정상 아닌가."

- 우리 정부가 책임회피에 급급하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초기 방역 과정에서 잘못한 부분은 무엇인가.

"초기 진단이 너무나 간단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항체를 검사한다는 것은 바이러스가 일주일 이상 지나가서 생긴 균을 관찰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 오진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발병 초기 신속한 확진을 하지 못했다. 항원 검사를 하지 않고 항체를 검사하면서 초동대처에 실패했다.

초동대처에 실패하면 그 주위에 안전망 띠를 설치하고 백신접종을 하거나 살처분을 해야 하는데 정부는 전혀 하지 않았다.

검역 시스템이 중앙에만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지방에서는 항원 검사를 할 수 조차 없었다.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가 발생하자 정부에서는 질병에 대비할 수 있는 생물안전3등급 연구 시설을 지역마다 만든다고 했다. 세금을 많이 써서 시설을 만들었지만 이번에 전혀 활용되지 않았다. 질병은 빠르게 확산됐지만, 질병을 막을 체제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검역 과정의 정보에 대한 정부 통제가 심한 것도 문제다.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는 중앙정부만 갖고 있다. 반면 지역에는 자율적으로 발병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전혀 없다. 만약 국제식량농업기구에서 발표한 자료가 처음부터 공개된 상황이었다면 정부에서 뻔뻔하게 베트남 여행 때문에 발병했다는 거짓말을 했겠나."

- 거의 전국으로 퍼지고 나서야 백신 접종을 시작했는데, 중기 이후의 대응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나.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시기, 대응을 잘하지 못하면 어느 나라도 구제역을 막기가 어렵다. 모든 질병의 발생과 창궐에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정부는 많은 소.돼지가 죽고 나서야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청정국 지위를 이야기하면서 백신을 놓지 않았는데, 청정국 지위라는 것도 정부가 말한 것은 사실과 다르다. 백신을 넣어도 청정국 될 수가 있다. 구제역 퍼져나가는 속도를 보면 창궐하는 게 눈에 보였다. 그런데 청정국 운운하는 것은 상황 파악 못하고 방역 정책 잘못 펼친 데 대한 변명일 뿐이다.

또 정부는 지방 공무원들이 방역을 잘못해서 확산됐다는 말도 하는데, 지방 공무원들이 제대로 하게 하는 것도 중앙정부의 의무 아닌가. 그런데 지방 방역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 ⓒ양지웅 기자



- 요즘 침출수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실제로 침출수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될 가능성이 있나.

"먼저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있다.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침출수로 퇴비로 만들 수 있다'고 하는데 이것은 보온병을 폭탄이라고 이야기하는 급의 코미디다.

정운천 최고위원 말대로 침출수로 퇴비를 만들 수 있다면 왜 지금까지 축산 폐기물로 퇴비를 만들지 못했겠나. 지금 정부와 여당은 현장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어 탁상공론만 하고 있다.

침출수로도 질병 전파가 가능하다. 미생물이라는 것은 외부 환경에 따라 계속 유지될 수 있다. 이런 것을 연구하지 않으면 또다시 질병이 창궐할 수 있다. 구제역은 그나마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동물의 질병이라는 점에서 혼란이 덜했다. 하지만 방역체계 개선이 없다면 광우병처럼 사람과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전염병이 발병할 경우 막을 수 없을 것이다."

- 구제역 발병을 막을 근본대책은 없나?

"전염병의 경우 발병 가능성이 아무리 낮더라도 사전에 예방해야한다는 원칙을 명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의 방역체계나 인적구성을 모두 전면적으로 바꿔야 한다. 전염병이 창궐할 때 수의학 지식이 현장에 반영되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외국처럼 농수산식품부 안에 수의국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과장급이 책임을 지고 있는데 국장급으로 올려 정책을 만들고 제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국립수의학과학검역원 역시 식약청처럼 수의방역청으로 격상해야한다. 지구온난화, 고령화 등으로 인해 더 심각한 인수 공통 전염병이 발병할 수 있다. 정책을 빨리 전환해야 방어가 가능하다.

현재 병원체만 아는 사람이 방역회의를 하는데, 이것도 문제다. 병원체와 동물간의 관계만 봐서는 방역을 할 수 없다. 역학자, 생태학자, 기호학자 등이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방역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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