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한-캐나다 FTA 체결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이 농기계를 반납하는 시위를 시도하자 경찰들이 저지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농민들이 23일 "쌀 전면개방을 반대한다"며 정부서울청사에 농기계를 반납하는 시위를 시도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농민들은 이날 오후 1시 15분께 1톤 트럭에 트랙터를 싣고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청사 입구까지 가려고 했으나, 청사 입구로 향하는 우회전 길목에서 경찰들에 둘러싸였다.

농민들은 내년부터 시행되는 쌀 관세화에 따른 쌀 전면개방으로 인해 쌀 농가가 어려워지게 되면 더이상 농기계가 필요없어질 것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아 농기계를 정부청사에 반납하는 시위를 진행하려고 했다.

트랙터는 파란색 천으로 감싸져 있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으나, 경찰들은 미리 정보를 파악한 듯 신속하게 승합차와 병력을 동원해 차량을 가로막고 포위했다.

경찰 30여명이 폴리스라인으로 차량을 둘러싼 뒤 운전자를 끌어내리고, 트랙터를 감싼 천을 벗기려던 농민 3~4명도 인도로 밀어냈다. 밀려난 농민들은 “공권력을 과잉 행사하는 것이 아니냐”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인도로 끌려나간 또다른 농민은 허탈함에 얼굴을 감싸고 주저앉았다.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한-캐나다 FTA 체결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이 농기계를 반납 시위를 하려다 경찰에게 저지당한 가운데 한 농민이 주저앉아 있다.ⓒ양지웅 기자

정부청사 앞 농성장에 있던 김영호 전농 의장과 농민 10여명도 현장으로 달려가 강하게 항의했으나, 경찰에 의해 인도로 밀려났다.

경찰이 견인차를 동원해 트랙터를 실은 차량을 견인하려 하자 일부 농민들은 견인차 앞에 드러눕기도 했으나 곧바로 끌려나갔다.

전농 관계자는 “내년부터 쌀 관세화가 시작되고, 캐나다와의 FTA(자유무역협정) 서명까지 한 마당에 농민들이 설 곳이 없어졌다”며 “농민들이 더 이상 농사를 못 짓고 쫓겨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알리기 위해 농기계를 청사에 반납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가로막혔다”고 허탈해했다.

이어 “이 차량이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부당하게 지나가는 것을 막고 운전자를 폭력적으로 끌어내 차를 탈취해갔다”며 “농민들에 대한 정부의 처사가 어떤지 명백하게 봤고,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한-캐나다 FTA 체결 중단 촉구 기자회견'에서 농민들이 농기계를 반납 시위를 하려다 경찰에게 끌려나오고 있다.ⓒ양지웅 기자